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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의 직장 내 괴롭힘 조사는 왜 다른가

필자 | 정광일 공인노무사 제8회 공인노무사 시험 합격(1999) · 연세대 경영대학원 MBA (전) 김앤장 법률사무소 공인노무사 (현) FAIR인사노무컨설팅 대표 공인노무사

절차는 같은데, 병원에서는 잘 굴러가지 않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 조사 절차는 근로기준법에 정해져 있습니다. 신고를 접수하거나 사실을 인지하면 지체 없이 객관적으로 조사하고(제76조의3 제2항), 조사 기간 동안 피해를 주장하는 근로자를 보호하며(제3항), 사실이 확인되면 행위자에게 징계 등 필요한 조치를 합니다(제5항). 조문만 보면 업종을 가리지 않습니다.

그런데 병원에서 이 절차를 그대로 이행하려 하면 자주 막힙니다. 절차가 잘못돼서가 아니라 병원이 다른 사업장과 다르게 생겼기 때문입니다. 실제 조사에서 갈리는 다섯 지점을 짚습니다.

하나. 병원은 법이 두 겹입니다

일반 사업장은 근로기준법 하나를 봅니다. 병원에는 여기에 간호법 제27조가 얹힙니다(2025년 6월 21일 시행).

제27조 제1항은 “누구든지” 간호사등에게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는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정합니다. 제5항은 그 사실을 알게 된 사람이 보건의료기관의 장에게 신고할 수 있고, 신고를 받은 기관장은 근로기준법 제76조의3에 따른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정합니다.

여기서 두 가지가 달라집니다. 근로기준법은 사용자와 근로자의 관계를 전제하지만 간호법은 “누구든지”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들어온 신고에도 근로기준법의 조사 절차를 그대로 이행하여야 합니다.

하나 더 있습니다. 간호법이 말하는 “간호사등”은 간호사·전문간호사·간호조무사입니다(제2조 제4호). 같은 병원에서 같은 유형의 사건이 생겨도 피해자가 간호사면 두 법이, 방사선사·임상병리사·의료기사면 근로기준법만 걸립니다. 착수 단계에서 이 구분을 하지 않으면 조사의 근거 조문이 흔들립니다.

둘. 분리 조치가 가장 어렵습니다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3항은 조사 기간 동안 필요하면 근무장소 변경·유급휴가 등 조치를 하되, 피해근로자등의 의사에 반하는 조치를 해서는 안 된다고 못박고 있습니다.

병원에서는 이 조항이 곧바로 부딪칩니다. 3교대 근무표는 몇 주 단위로 미리 짜여 있고, 같은 병동에서 신고자와 행위자가 계속 마주칩니다. 급한 마음에 “피해자를 다른 병동으로 옮기자”는 결론을 내기 쉬운데, 피해자가 원하지 않으면 그 조치 자체가 위반입니다.

옮겨야 한다면 행위자 쪽입니다. 그리고 그 이동이 곧 징계로 읽히지 않도록, 조사 중 조치와 조사 후 조치를 문서에서 분리해 두어야 합니다. 이 구분이 없으면 나중에 “조사도 끝나기 전에 징계했다”는 반론을 받습니다.

셋. ‘업무상 적정범위’의 선이 다릅니다

병원의 지휘 관계는 여러 겹입니다. 의사와 간호사, 프리셉터와 신규 간호사, 수간호사와 병동 인력, 그리고 직종 사이의 협업 관계가 겹칩니다. 일반 사무직처럼 “상사–부하” 한 축으로 정리되지 않습니다.

특히 신규 간호사 교육은 지도와 질책의 경계가 모호합니다. 환자 안전이 걸린 지적은 강해질 수밖에 없어서 “교육이었다”는 반론이 늘 나옵니다. 조사에서 갈리는 지점은 지적의 내용이 업무와 연결되는가, 방식과 장소가 필요한 수준이었는가, 반복성과 공개성이 있었는가입니다.

이 판단을 같은 병동 사람이 하면, 결론이 어느 쪽으로 나오든 승복을 얻기 어렵습니다.

넷. 비밀 유지가 구조적으로 어렵습니다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7항은 조사에 참여한 사람의 비밀 누설을 금지하고, 이를 어기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 대상이 됩니다(제116조 제2항 제2호).

병원은 전문직 사회가 좁습니다. 면담을 위해 근무표를 조정하는 것만으로 “누가 조사받는다”가 알려집니다. 그래서 병원 조사에서는 면담 장소와 시간표를 짜는 일이 절차의 일부입니다. 원내 회의실 대신 외부 장소를 쓰고, 참고인 면담 순서를 흩어 배치하는 식입니다.

다섯. 진료를 멈출 수 없습니다

조사는 지체 없이 해야 하지만(제2항), 병원은 조사 때문에 병동을 비울 수 없습니다. 야간 근무자를 낮에 부르면 그 자체가 부담이 되고, 근무 직후에 부르면 진술의 질이 떨어집니다.

그래서 병원 조사는 듀티표에서 시작합니다. 누가 언제 비는지를 먼저 확인하고 면담 순서를 짭니다. 일반 사업장 조사와 준비 순서 자체가 다릅니다.

외부 조사가 필요한 경우

조사 자체는 병원이 직접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아래 중 하나라도 해당하면 외부에 맡기는 편이 안전합니다.

  • 행위자가 보직자이거나 인사·감사 라인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위치일 때
  • 신고자와 조사자가 같은 병동이거나 같은 직종일 때
  • 피해자가 여러 명이거나 과거에 유사한 신고가 있었을 때
  • 노동위원회 사건이나 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보일 때
  • 언론·민원 등 외부 문제 제기가 이미 시작됐을 때

조사자가 당사자와 같은 조직에 있으면 결론이 어느 쪽으로 나오든 공정성을 의심받습니다. 그리고 그 반론은 나중에 노동위원회나 법원에서 절차 하자로 다시 등장합니다.

사업주가 특히 조심할 두 가지

신고자와 피해자에 대한 불리한 처우는 과태료가 아니라 형사처벌 대상입니다.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6항을 위반하면 제109조 제1항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근무표상의 불이익, 평가 하향, 부서 이동이 여기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사용자 본인이 행위자인 경우에는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제116조 제1항). 사용자의 친족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람이 그 사업장의 근로자인 경우도 포함됩니다. 병원처럼 설립자·경영진과 진료 조직이 가까운 곳에서는 이 조항을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정리하면

병원의 직장 내 괴롭힘 조사는 법이 한 겹 더 있고, 사람을 떼어 놓기 어렵고, 소문이 빠릅니다. 절차를 아는 것과 병원에서 그 절차를 실제로 이행해 본 것은 다릅니다.

FAIR인사노무컨설팅은 직장 내 괴롭힘·성희롱, 사내 가이드라인 위반, 영업비밀·경업금지 위반을 중립적인 외부 조사로 확인해 왔습니다. 조사에 착수하기 전에 무엇을 먼저 정해야 하는지부터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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