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본사가 묻는 AI 질문 5가지
지난 글에서 외국계 기업의 인사노무는 본사라는 변수가 하나 더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오늘은 그 변수가 최근 새로 만들어 낸 질문 하나를 다룹니다.
본사의 질문
“그 자문사는 AI를 쓰나요? 어떻게 쓰나요?”
몇 년 전만 해도 본사가 한국 법인의 자문사에게 이런 것을 묻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다릅니다. 벤더 심사표에 AI 항목이 들어가고, 본사 법무팀이 자문사의 AI 사용 방식을 확인하려 합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본사가 있는 나라의 규제가 한국 법인에까지 내려오기 때문입니다.
유럽 — 채용·평가에 쓰는 AI는 ‘고위험’입니다
EU 인공지능법(AI Act)은 채용, 후보자 선별, 성과 평가, 업무 배정, 근로자 모니터링, 승진과 해고에 쓰이는 AI를 고위험(high-risk)으로 분류합니다. 인사 영역이 통째로 들어가 있습니다.
고위험으로 분류되면 요구되는 것은 사용 금지가 아니라 관리 의무입니다. 근로자에게 알릴 것, 사람이 실질적으로 감독하고 뒤집을 수 있을 것, 차별적 결과가 나오는지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기록을 남길 것, 자동화된 결정에 설명을 준비할 것.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이 고위험 의무의 시행 시점은 최근 미뤄졌습니다.
원래는 2026년 8월 2일이었는데, EU는 이른바 디지털 옴니버스(Digital Omnibus)를 통해 부속서 Ⅲ에 해당하는 단독형 고위험 AI의 의무 시행을 2027년 12월 2일로 연기했습니다. 유럽의회가 2026년 6월 16일, 이사회가 6월 29일에 최종 승인했습니다.
다만 모든 것이 미뤄진 것은 아닙니다. 제50조의 투명성 의무는 2026년 8월 2일 그대로 적용됩니다. 그리고 실무에서 더 중요한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시행이 늦춰졌다고 해서 본사가 손을 놓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미 내부 기준을 만들어 둔 본사는 그 기준을 협력업체와 자문사에 먼저 요구합니다. 규제보다 본사의 요구가 먼저 도착합니다.
미국 — 주(州)마다 다르지만, 방향은 같습니다
일리노이주는 2026년 1월 1일부터 인권법 개정안(HB 3773)이 시행되고 있습니다. 채용·승진·징계·해고 등에 AI를 쓰면 근로자와 지원자에게 알려야 하고, 그 AI가 보호 대상에게 차별적 결과를 낳으면 의도가 없었다는 항변이 통하지 않습니다. 우편번호를 보호속성의 대리 지표로 쓰는 것도 금지됩니다.
뉴욕시는 2023년 7월부터 자동화 고용 결정 도구(AEDT)에 대해 연 1회 독립 편향감사를 받고, 요약 결과를 홈페이지에 공개하며, 후보자에게 최소 10영업일 전에 통지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콜로라도주는 미국 최초의 포괄적 AI 법(SB 24-205)을 2024년에 통과시켰지만, 두 차례 연기 끝에 시행일이 2027년 1월 1일로 미뤄지고 내용도 상당히 축소되었습니다.
각 주의 사정은 제각각입니다. 그런데 규제의 방향은 한 곳으로 모입니다.
규제의 방향
“AI를 쓰지 마라”가 아니라, “알리고, 기록하고, 사람이 책임져라.”
한국 — 이미 시행 중입니다
우리나라도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이 이미 시행되고 있습니다(현행 법률은 2026년 7월 21일 시행).
생성형 AI를 이용한 서비스를 제공하면 이용자에게 미리 알려야 하고, AI가 만든 결과물에는 그 사실을 표시해야 합니다. 사람의 생명·신체의 안전과 기본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고영향 인공지능에 해당하면 위험관리 방안, 설명 방안, 이용자 보호 방안, 사람에 의한 관리·감독, 문서 작성·보관까지 요구됩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외국계 기업의 인사 담당자는 이제 세 겹의 기준을 동시에 보게 됩니다. 본사 소재국의 규제, 본사 자체의 내부 기준, 그리고 한국법입니다.
그래서 자문사에게 물어야 할 다섯 가지
본사 감사나 벤더 심사에서 실제로 나오는 질문을 정리하면 다섯 개로 좁혀집니다. 자문사를 새로 정하거나 계약을 갱신하실 때 그대로 쓰셔도 됩니다.
1. 결론을 낸 것은 AI입니까, 사람입니까
등급과 판정을 AI가 만들어 낸다면, 같은 사안에 다른 답이 나올 수 있고 근거를 되짚을 수 없습니다.
2. 우리 회사 자료가 AI 모델 학습에 들어갑니까
자문 과정에서 넘긴 자료가 모델 학습에 쓰이면, 그 자료는 회수할 수 없습니다.
3. AI가 쓴 문장을 표시합니까
표시가 없으면 어디까지가 전문가의 판단인지 구분할 수 없습니다.
4. 책임자가 누구입니까
“회사가 관리합니다”는 답이 되지 않습니다. 이름과 연락처가 있어야 합니다.
5. 기록이 남습니까
본사 감사에서 요구하는 것은 결과가 아니라 어떤 근거로, 언제, 무엇을 판단했는가입니다.
FAIR인사노무컨설팅의 답
저희는 이 다섯 가지에 대한 답을 홈페이지에 가이드라인으로 공표했습니다. 구두로 설명드리는 대신, 언제든 확인하실 수 있도록 문서로 내놓는 편이 맞다고 판단했습니다.
요지는 다섯 가지입니다.
첫째, 판정은 규칙이 하고 AI는 설명을 합니다.
진단 등급과 위험 판정은 공인노무사가 설계한 규칙이 냅니다. AI는 그 결론을 읽기 쉽게 다듬고 자료를 찾아 붙입니다. 그래서 같은 답변을 두 번 넣으면 같은 결론이 나옵니다.
둘째, 고객 자료로 모델을 학습시키지 않습니다.
모델을 우리 데이터로 훈련시키는 방식이 아니라, 필요할 때 자료를 찾아 읽고 출처를 붙이는 방식을 씁니다. 고객의 자료가 모델에 남지 않습니다.
셋째, AI가 만든 문장에는 AI 표시를 붙입니다.
진단·상담 화면에서는 시작 전에 AI가 보조로 쓰인다는 사실을 알립니다.
넷째, 관리·감독 책임자를 공개했습니다.
이름과 연락처를 가이드라인에 적었습니다.
다섯째, AI를 쓰지 않는 곳도 밝혔습니다.
예를 들어 고객사 전용 성과관리 시스템에는 생성형 AI를 쓰지 않습니다. 밝힌 이상 화면에서 버튼만 감추는 것으로는 부족하다고 보아, 서버에서 기능 자체를 막아 두었습니다.
마지막으로
AI를 쓰지 않는 것이 안전한 시대는 지났습니다. 반대로, 쓰면서 밝히지 않는 것이 위험해졌습니다.
외국계 기업의 한국 법인이라면 이 문제가 언젠가 본사에서 내려옵니다. 그때 자문사가 “저희는 AI를 쓰지 않습니다”라고 답하면 본사는 다시 묻습니다. 정말 쓰지 않는지, 쓴다면 어떻게 관리하는지.
FAIR인사노무컨설팅은 Microsoft, GE, CITIBANK를 비롯한 외국인투자기업의 인사노무 자문을 수행해 왔습니다. 진행 중인 사안이 있으시면 무엇을 먼저 점검해야 하는지부터 말씀드립니다.
안내
본 글은 2026년 8월 현재 공개된 자료를 바탕으로 정리한 일반적인 정보이며, 개별 사안의 법적 판단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해외 법령은 개정·시행 연기가 잦으므로 적용 시점에 다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본 글은 공개된 법령과 자료를 바탕으로 정리한 일반적 정보이며, 개별 사안의 법적 판단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기업명은 모두 익명으로 표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