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 | 정광일 공인노무사 제8회 공인노무사 시험 합격(1999) · 연세대 경영대학원 MBA (전) 김앤장 법률사무소 공인노무사 (현) FAIR인사노무컨설팅 대표 공인노무사
외국계 기업의 한국 HR이 본사에 한국 노동법을 설명할 때 가장 빠른 방법은, 본사가 익숙한 자기 나라 법과 나란히 놓고 보여 주는 것입니다. 무엇이 같은지보다 무엇이 다른지를 먼저 알아야 본사의 전제를 바로잡을 수 있습니다.
이 글은 한국·미국·일본 세 나라의 노동법을 일곱 가지 항목으로 비교합니다. 조문은 2026년 10월 9일 기준으로 각국 정부가 공개한 법령 원문에서 확인했습니다(한국 국가법령정보센터, 미국 연방 법전 2024년판, 일본 e-Gov 법령검색).
1. 법의 구조 — 어디에 무엇이 정해져 있나
- 한국: 근로기준법·노동조합법 같은 법률이 전국에 같은 기준을 정하고, 세부 사항은 시행령·시행규칙으로 정합니다. 고용노동부 행정해석과 대법원 판례가 실무 기준 역할을 합니다.
- 미국: 연방법은 최저임금·초과근무수당·노동조합·차별금지 같은 최저 기준을 정하고, 해고처럼 많은 부분을 주(州)법과 주 법원 판례에 맡깁니다. 휴가도 연방법은 50명 이상 사업장에서 출산·간병 등을 위한 무급휴가를 12개월 중 12주까지 보장하는 정도이고(29 U.S.C. §2611·§2612), 나머지는 주법과 회사 규정에 맡겨진 부분이 많습니다. 연방 최저임금은 시간당 7.25달러(29 U.S.C. §206)이고, 주법으로 더 높게 정한 곳이 많습니다.
- 일본: 한국과 같이 노동기준법·노동계약법·노동조합법이 전국에 같은 기준을 정합니다. 해고에 관한 기준은 판례에서 출발해 법률 조문으로 옮겨진 부분이 있습니다.
본사에 설명할 때 — 미국 본사에는 “한국은 주마다 다른 법이 없는 대신, 연방법에 해당하는 법률이 해고와 근로시간까지 직접 정한다”고 설명하면 이해가 빠릅니다.
2. 해고 — 세 나라의 차이가 가장 큰 영역
- 한국: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하지 못합니다(근로기준법 제23조제1항).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는 서면으로 알려야 효력이 있고(제27조), 30일 전에 예고하거나 30일분 이상의 통상임금을 지급해야 합니다(제26조). 부당해고를 당한 근로자는 3개월 이내에 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제28조). 해고 제한·서면통지·구제신청은 상시 5명 이상 사업장에 적용되고, 해고 예고는 4명 이하 사업장에도 적용됩니다(제11조, 같은 법 시행령 별표 1).
- 미국: 연방법에는 해고를 일반적으로 제한하는 조항이 없습니다. 많은 주가 계약에 다른 정함이 없으면 회사와 근로자 모두 언제든 고용관계를 끝낼 수 있다는 ‘임의고용(at-will)’ 원칙을 출발점으로 삼고, 차별·보복·노조활동을 이유로 한 해고처럼 연방법이나 주법이 금지하는 경우를 예외로 둡니다. 예외의 범위는 주마다 다릅니다. 예외적으로 몬태나주는 수습기간을 마친 근로자를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하면 부당해고로 봅니다(Mont. Code Ann. §39-2-904).
- 일본: 객관적으로 합리적인 이유가 없고 사회통념상 상당하다고 인정되지 않는 해고는 권리를 남용한 것으로 무효입니다(노동계약법 제16조). 30일 전 예고 또는 30일분 이상의 평균임금 지급도 정해져 있습니다(노동기준법 제20조). 반복 갱신되었거나 갱신을 기대할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기간제 근로자가 갱신을 신청했는데 회사가 거절하면, 그 거절에도 같은 기준(객관적 합리성·사회통념상 상당성)이 적용됩니다(노동계약법 제19조).
본사에 설명할 때 — 미국 본사의 ‘at-will’ 전제가 한국에서는 통하지 않는다는 점을 가장 먼저 설명해야 합니다. 한국과 일본은 회사가 해고의 이유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하는 구조이고, 이 점에서는 한국과 일본이 서로 가깝습니다.
3. 구조조정 — 통지인가, 협의인가
- 한국: 경영상 이유로 해고하려면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어야 하고,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고,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으로 대상자를 정해야 합니다. 또 근로자대표에게 해고하려는 날의 50일 전까지 통보하고 성실하게 협의해야 합니다(근로기준법 제24조). 일정 규모 이상을 해고하면 고용노동부에 신고해야 합니다(같은 조 제4항).
- 미국: 상시 100명 이상을 고용한 사용자가 사업장 폐쇄나 대량 해고를 하려면 60일 전에 서면으로 알려야 합니다(WARN Act, 29 U.S.C. §2101·§2102). 다만 이것은 사전 통지 의무이고, 해고 이유가 정당한지를 따지는 조항은 아닙니다.
- 일본: 정리해고를 직접 정한 법률 조문은 없습니다. 법원은 인원 감축의 필요성, 해고를 피하려는 노력, 대상자 선정의 합리성, 절차의 상당성을 살펴 노동계약법 제16조의 권리남용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해 왔습니다.
본사에 설명할 때 — 미국 본사는 한국의 50일을 WARN Act의 60일처럼 ‘미리 알리기만 하면 되는 기간’으로 이해하기 쉽습니다. 한국의 50일은 협의 기간이고, 요건을 갖추었는지는 그와 별개로 다툼의 대상이 됩니다.
4. 근로시간과 초과근무수당
- 한국: 1주 40시간, 1일 8시간이 기준입니다(근로기준법 제50조). 당사자가 합의하면 1주 12시간까지 연장할 수 있습니다(제53조제1항). 연장·야간근로는 통상임금의 50% 이상을, 휴일근로는 8시간까지 50%, 8시간을 넘는 부분은 100%를 더해 지급합니다(제56조).
- 미국: 공정근로기준법(FLSA)은 성인 근로자의 하루나 한 주 근로시간 상한을 두지 않고, 1주 40시간을 넘는 근로에 정규 임금의 1.5배 이상을 지급하도록 정합니다(29 U.S.C. §207(a)(1)). 일정 요건을 갖춘 관리·행정·전문직 등은 이 규정에서 빠집니다(§213(a)(1), 이른바 ‘exempt’).
- 일본: 1주 40시간, 1일 8시간이 기준입니다(노동기준법 제32조). 연장근로를 하려면 근로자 과반수 노동조합 또는 과반수 대표자와 서면 협정을 맺어 신고해야 합니다(제36조, 이른바 ‘36협정’). 연장 한도는 원칙적으로 월 45시간·연 360시간입니다. 특별한 사정이 있어도 연 720시간 이내이고, 월 45시간을 넘길 수 있는 달은 연 6개월까지이며, 휴일근로를 합쳐 월 100시간 미만, 2~6개월 평균 80시간 이내여야 합니다(같은 조 제4항~제6항). 가산율은 연장 25%, 휴일 35%이고, 월 60시간을 넘는 연장근로는 50%, 심야(오후 10시~오전 5시)는 25%입니다(제37조 및 같은 조 제1항의 정령).
본사에 설명할 때 — 미국 본사는 ‘exempt 직원은 초과근무수당이 없다’고 전제하기 쉽습니다. 한국 근로기준법에서 근로시간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 사람은 농림·축산·양잠·수산 사업 종사자, 승인받은 감시·단속적 근로자, 관리·감독 업무나 기밀 취급 업무 종사자로 정해져 있습니다(제63조, 같은 법 시행령 제34조). 미국의 exempt와 비슷해 보이는 것은 마지막 항목이지만, 직급 명칭이나 연봉이 아니라 실제로 맡은 업무로 판단합니다.
5. 노동조합과 단체교섭
- 한국: 한 사업장에 노동조합이 2개 이상이면 원칙적으로 교섭대표노동조합을 정해 교섭합니다(노동조합법 제29조의2). 정당한 이유 없이 교섭을 거부하면 부당노동행위가 되고(제81조제1항제3호), 구제 신청은 3개월 이내에 합니다(제82조제2항). 2026년 3월 10일 시행된 개정으로 근로계약 당사자가 아니어도 근로조건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는 그 범위에서 사용자로 봅니다(제2조제2호).
- 미국: 적정한 교섭단위에서 근로자 과반수가 선택한 대표가 그 단위 전체 근로자의 배타적 교섭대표가 됩니다(29 U.S.C. §159(a)). 관리자(supervisor)는 이 법의 근로자에서 빠집니다(§152(3)). 부당노동행위 신고는 행위가 있은 날부터 6개월 이내에 해야 합니다(§160(b)).
- 일본: 사용자가 고용하는 근로자의 대표자와의 교섭을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하면 부당노동행위가 됩니다(노동조합법 제7조제2호). 한국의 교섭창구 단일화나 미국의 과반수 배타적 대표와 같은 교섭대표 결정 절차는 법에 두고 있지 않습니다. 부당노동행위 구제 신청은 행위가 있은 날부터 1년 이내입니다(제27조제2항).
본사에 설명할 때 — 미국 본사는 ‘과반수 투표를 거치기 전에는 교섭할 상대가 없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한국에서는 조합원이 적은 노동조합도 설립되면 교섭을 요구할 수 있고, 그 뒤 창구 단일화 절차로 교섭대표를 정합니다. 기한도 3개월(한국)·6개월(미국)·1년(일본)으로 서로 다릅니다.
6. 직장 내 괴롭힘과 차별
- 한국: 사용자나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나 관계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 자체를 금지합니다(근로기준법 제76조의2).
- 미국: 직장 내 괴롭힘 일반을 금지하는 연방법은 없습니다. 인종·피부색·종교·성별·출신국가를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42 U.S.C. §2000e-2(a), 이른바 Title VII), 괴롭힘은 이 차별에 해당할 때 문제가 됩니다. 이 법은 15명 이상을 고용한 사용자에게 적용되고(§2000e(b)), 고용평등위원회(EEOC)에 대한 신청은 원칙적으로 180일 이내이고, 주·지방 차별구제기관 절차를 먼저 거친 경우에는 300일까지 늘어날 수 있습니다(§2000e-5(e)(1)).
- 일본: 행위를 직접 금지하기보다 사업주에게 조치 의무를 지우는 구조입니다. 우월적 관계를 배경으로 업무상 필요하고 상당한 범위를 넘는 언동으로 근로자의 취업환경이 해쳐지지 않도록, 상담 체제 정비 등 고용관리상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합니다(노동시책종합추진법 제31조. 2026년 10월 1일 시행본부터 조문 번호가 종전 제30조의2에서 바뀌었습니다).
본사에 설명할 때 — 미국 본사의 조사 기준(차별 사유가 있는지 중심)을 그대로 쓰면, 한국의 괴롭힘 사건을 놓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차별 사유와 관계없이 지위·관계의 우위를 이용한 행위면 괴롭힘이 성립할 수 있습니다.
7. 분쟁은 어디로 가는가
- 한국: 부당해고와 부당노동행위는 노동위원회가 구제 여부를 판정하고, 임금체불 같은 법 위반은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이 다루며, 그 뒤에 법원이 있습니다.
- 미국: 노동조합 관련 사건은 연방노동관계위원회(NLRB), 차별 사건은 고용평등위원회(EEOC), 최저임금·초과근무수당은 연방 노동부가 맡습니다. 그 밖의 해고 분쟁은 주법·계약에 따라 주 법원 등에서 다투는 경우가 많습니다.
- 일본: 개별 해고 분쟁은 법원이 중심이며, 법원 안에 재판관과 노동 전문가가 함께 심리하는 노동심판 절차가 있습니다(노동심판법 제1조). 노동위원회는 부당노동행위 구제를 맡고(노동조합법 제27조), 노동기준 위반은 노동기준감독서가 감독합니다.
본사에 설명할 때 — 한국은 노동위원회가 해고의 정당성을 판정하고 복직까지 명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한국에서는 부당해고 다툼이 3개월 안에 노동위원회라는 행정기관 절차로 바로 시작될 수 있습니다. 법원 중심인 미국·일본과 크게 다른 점이라 본사에 미리 알려 둘 필요가 있습니다.
정리
세 나라를 나란히 놓으면 한국은 해고와 괴롭힘에서는 일본과 가깝고, 노동조합 교섭대표를 정하는 방식에서는 미국과 닮은 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어느 쪽과도 같지는 않습니다. 본사의 정책이 자기 나라 법을 전제로 만들어졌다면, 한국에서 어느 부분이 달라지는지를 먼저 짚어 주는 것이 한국 HR의 출발점입니다.
근거 법령
- 한국 근로기준법
- 한국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 미국 공정근로기준법 29 U.S.C. §207
- 미국 전국노동관계법 29 U.S.C. §159
- 미국 WARN Act 29 U.S.C. §2102
- 미국 가족·의료휴가법 29 U.S.C. §2612
- 미국 민권법 제7편 42 U.S.C. §2000e-2
- 미국 몬태나주 부당해고법 §39-2-904
- 일본 노동기준법
- 일본 노동계약법
- 일본 노동조합법
- 일본 노동시책종합추진법
본 글은 2026년 10월 9일 시행 중인 법령을 기준으로 한 일반적인 정보이며, 개별 사안의 법적 판단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미국은 주마다 법이 달라 사업장이 있는 주의 법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각 법령의 정부 원문 링크는 글로벌 HR 자문 포털의 FAIR 메모에 모아 두었습니다. ▶ https://global.fairhr.net/about/fair-memo/06-kr-us-jp-labor-law
▶ 인사노무 자문·진단 문의: https://www.fairhr.net/contact ☎ 02-387-9869 | ✉ fairhr@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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